소설의 첫걸음 : 나 아직 70대야(1)
"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, 3월의 찬바람은 여전히 매섭다. 언제쯤 따스한 봄볕을 쬘 수 있을까? 멈춰버린 듯 더디게 흐르는 시간, 늦가을부터 이어진 추위는 좀처럼 물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
내 하루의 시작은 이렇다.
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찬바람을 가득 채운 베란다에서 숨을크게 들이마쉰다.
비록 늙었지만, 내 안의 모든 세포들이 깨어나는 듯한 생생함,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한다.
요란한 믹서 소리가 아침을 깨운다. 각종 견과류를 넣은 녹즙 한 잔, 몸속 노폐물이 씻겨 내려가는 듯 개운하다.
항상 몸에 진짜 좋을만한 것들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. 하지만 노폐물이 빠져나간다고 하니 건강을 챙겨야할 나이에 안챙겨 먹을 이유가 없다.
그러고 나서 튼 텔레비전에는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뉴스, 보기 불편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려면 어쩔 수 없다. 알아야 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.
7시에 이발소로 가 정리하고 준비한다.
이른 시간이지만, 그래야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다. 9시 개업이지만 7시에 나서는 건 젊은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
6층까지 있는 꼬마 빌딩에 한 호수를 배정받아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눈에 띄지도 않고 찾아오기도 힘든 3층에 위치해 있다.
여기에서 일은 벌써 20년째.. 20년전 한 지방 변두리에서 자그마한 이발관을 운영하면서 모인 목돈으로
서울로 올라가지 못하고 경기도 변두리로 올라와서 업을하고 있다.
단골들의 발길도 뜸해졌지만, 꾸준히 찾아주는 이들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분주히 가게를 준비한다.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도 잊지 않고 준비해둔다.